note [🌱 거친 메모 · seedling] [⏳ 시점에 민감 · date-sensitive]
설명은 투영이다 — 깔끔한 이야기에서 빠진 것들
목차 6
AI 관련 뉴스를 시간순으로 읽으면 깔끔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엔 GPU가 부족했다. 그다음엔 HBM이라는 고대역폭 메모리, 그다음엔 GPU 칩과 메모리를 한 기판 위에 나란히 붙이는 CoWoS라는 첨단 패키징 공정, 이제는 전력과 냉각. 병목이 바통을 넘기며 달리는 릴레이 같다. 하나가 풀리면 다음 주자가 나온다.
그런데 날짜를 맞춰 보면 줄이 흐트러진다.
TSMC의 웨이저자(C.C. Wei)가 고객의 CoWoS 증설 요청을 공개한 것은 2023년 4월 20일이다.1 엔비디아가 다음 분기 매출 전망으로 110억 달러를 제시한 것은 5월 24일이다.2 GPU 수요가 시장의 큰 화제가 된 그 발표보다 34일 앞서, 패키징 공급 압박이 이미 드러나 있었다. 릴레이로 치면, 관중이 첫 주자에게 환호하기도 전에 세 번째 주자가 트랙 위에 있었던 셈이다.
HBM의 시계도 먼저 움직였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 8일 HBM3 양산을 발표했다.3 양산을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HBM이 부족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메모리와 패키징과 GPU가 뉴스에 나온 순서대로 하나씩 생겨난 단계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제약은 함께 존재한다. 그중 무엇이 실제 발목을 잡는지와, 무엇이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릴레이 이야기가 전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병목은 바뀔 수 있다. 다만 뉴스에 등장한 순서를 제약이 생긴 순서로 읽으면 제약들이 얽힌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 겹의 현실을 시간이라는 한 줄로 눌러 찍은 셈이다.
최근에 들여다본 네 가지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AI 데이터센터, 우주에서 뒤집히는 너트, 도널드 커누스(Donald Knuth)의 수학자 순위, 그리고 사회를 설명하는 이론들. 어느 쪽에서든 특징 하나를 선명하게 보여 주는 설명이 어느새 대상 전체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런 일을 투영이라고 부르겠다.4 그림자는 물체의 어떤 특징을 잘 보여 주지만, 그림자 하나로 물체 전체를 알 수는 없다. 벽에 비친 토끼 그림자만 봐서는 진짜 토끼인지, 손가락 두 개를 귀처럼 세운 손인지 가릴 수 없다.
좋은 설명은 무엇을 보여 주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생략했는지도 알려 준다.
깊이 보기 — 이 글도 처음에는 너무 깔끔했다
처음에는 이 글을 시리즈에서 번역과 접힘을 다룬 두 글과 묶어 이렇게 적었다. 번역은 되돌릴 수 있고, 접힘은 펼치면 복원되고, 투영만 되돌릴 수 없다고. 깔끔한 3단계였다. 그런데 문제를 옮겨 푼다를 다시 읽고 지웠다. 그 글에는 역변환으로 원래 신호를 되찾는 푸리에 변환뿐 아니라, 긴 입력을 짧은 지문으로 줄이며 대부분의 정보를 버리는 해시도 들어 있었다. 번역이라고 부른다고 모두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순은 접혀 있다의 접힘도 자동 복원 장치는 아니다. 생략된 조건을 문맥과 증거에서 찾아보자는 비유다. 증거가 없으면 펼쳐도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셋의 차이는 이렇게 적는 편이 낫다.
| 이름 | 이 글에서 뜻하는 일 | 되짚을 때 필요한 것 |
|---|---|---|
| 번역·재표현 | 표현을 바꾼다 | 어떤 정보를 보존하는 변환인지 확인 |
| 접힘 | 서로 다른 조건이나 층위를 한 문장에 포갠다 | 생략된 관계를 알려 줄 문맥과 증거 |
| 투영 | 여러 상태를 같은 결과로 요약한다 | 그 결과만으로 구별할 수 없는 원본 정보 |
정확한 분류표라기보다 서로 다른 위험에 붙인 이름이다. 특히 투영에서는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원본이 여럿이다. 결과만 오래 들여다본다고 어느 원본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나는 셋을 예쁜 계단으로 만들고 싶어서, 앞 글의 해시 이야기를 시야 밖으로 밀어냈다. 이 글의 첫 번째 투영 오류는 이 글이 저질렀다.
① 시간을 만든다 — 병목은 정말 바통을 넘기는가
바통이 넘어가는지 보려면 먼저 병목이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데이터센터가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고 해 보자. 각 자원이 감당할 수 있는 처리량으로 단위를 맞추면, 전체 처리량의 상한은 가장 작은 값에 묶인다.
는 쓸 수 있는 자원의 양이고, 는 처리량 한 단위를 내는 데 필요한 자원의 양이다. 예를 들어 GPU는 초당 100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지만 메모리 대역폭은 60개 분량만 받쳐 준다면, 이 단순 모형의 상한은 초당 60개다.
나눗셈이 필요한 까닭은 자원마다 단위가 달라서다. GPU 개수와 전력 MW와 대역폭 GB/s는 그대로 비교할 수 없다. 김밥집에 빗대 보자. 밥이 3kg, 김이 50장 있고 김밥 한 줄에 밥 150g과 김 한 장이 든다면, 밥으로는 20줄(3kg ÷ 150g), 김으로는 50줄을 쌀 수 있다. 무게와 장수는 견줄 수 없어도 ‘김밥 몇 줄’로 바꾸면 밥이 먼저 떨어진다는 것이 보인다. 데이터센터도 전부 ‘초당 몇 개를 처리할 수 있나’로 바꾼 다음에야 가장 작은 값을 고를 수 있다. 경제학의 고정비율 생산함수나, 연산량과 메모리 대역폭을 비교하는 루프라인 모델도 이런 구조를 쓴다.5
식에 자원이 여럿 들어 있어도 병목은 실제로 최솟값을 만드는 자원이다. 메모리가 60개 분량에서 120개 분량으로 늘면, 이번에는 100개 분량인 GPU가 병목이 된다. 바통은 정말 넘어갈 수 있다. 다만 GPU는 그 순간 새로 등장한 제약이 아니다. 처음부터 식 안에 있었고, 가장 작은 값이 아니었을 뿐이다.
이 모형에는 조금 잔인한 결론도 있다. 메모리가 60개 분량에 묶인 동안 GPU를 100개에서 110개 분량으로 늘려도 처리량은 그대로다. GPU를 더 들여서 얻는 몫, 곧 추가 GPU의 한계 기여는 현재 처리량 기준으로 0이다. 이 말을 GPU의 시장가치가 0이라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된다. 다른 작업에 쓰거나, 앞으로 메모리를 늘릴 때 얻는 가치는 이 모형에 들어 있지 않다.
제약의 시계와 실적의 시계
공개 자료 몇 개를 시간순으로 놓으면, 뉴스의 릴레이와는 다른 그림이 나온다.
| 날짜 | 공개된 사실 |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
|---|---|---|
| 2022년 6월 8일 | SK하이닉스 HBM3 양산 발표 | 관련 공급 투자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
| 2023년 4월 20일 | TSMC, 고객의 CoWoS 증설 요청 공개 | 패키징 공급 압박이 드러나 있었다 |
| 2023년 5월 24일 | 엔비디아, 다음 분기 매출 110억 달러 전망 | AI 수요가 매출 전망에 크게 나타났다 |
| 2023년 7월 20일 | TSMC, CoWoS 수요를 모두 채우기 어렵다고 설명 | 패키징의 공급 부족이 이어졌다 |
이 자료만으로 당시의 병목을 전부 복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약의 존재와 시장의 관심은 같은 시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볼 수 있다.
TSMC는 2023년 7월 서버 AI 프로세서가 매출의 약 6%라고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해 전체 매출은 달러 기준 약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1 AI 공급망의 중요한 고리를 쥐고 있어도 회사 전체는 역성장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하다. 2023년 HBM3 매출은 전년의 5배 넘게 늘었지만, 회사 전체는 매출 32.77조 원에 영업손실 7.73조 원을 냈다.3 HBM의 성장과 범용 메모리의 불황이 한 손익계산서에 함께 들어갔다. 작은 고성장 사업이 큰 손실에 가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시장의 릴레이를 다르게 읽게 된다. 물리적 병목이 생긴 순서뿐 아니라, 어느 회사의 숫자에서 변화가 먼저 눈에 띄었는가도 테마의 순서를 만들었을 수 있다. 반 평균에 빗대면, 학생이 서른 명인 반에서는 한 명의 점수가 크게 올라도 반 평균은 조금밖에 움직이지 않지만, 학생이 둘뿐인 반이라면 그 변화가 평균에 곧바로 드러난다. 다만 이런 읽기는 위 자료를 이어 붙여 내린 해석이지, 주가의 움직임을 전부 설명하는 법칙은 아니다.
전력에도 서로 다른 시계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보고서에서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2024년 약 415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6 반면 발전설비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든다. 버클리 연구소의 2024년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 준공한 미국 발전 프로젝트들은 전력망 접속을 신청하고 상업운전을 시작하기까지 중앙값 약 5년이 걸렸다.7
보고서의 숫자에도 접힌 곳이 있다.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프로젝트의 줄을 대기열이라고 한다. 2025년판이 집계한 대기열 약 2,290GW는 2024년 말 발전과 저장 프로젝트의 신청 용량이다. 데이터센터가 요구한 전력이 아니다. 놀이기구 대기줄에 선 사람이 모두 타고 가지는 않듯, 이 줄에 선 프로젝트도 모두 지어지지는 않는다. 2026년판에서는 그 값이 2,061GW로 줄었다. ‘대기열이 크다’와 ‘계속 커진다’도 다른 말이다.
마지막으로 위의 공식 역시 요약이다. 작업 종류와 자원 소모 비율을 고정하고, 그 시점의 용량을 주어진 값으로 놓았다. 실제로는 한 번에 묶어 처리하는 작업의 수(배치 크기)나 계산 정밀도를 바꾸면 필요한 자원 비율도 달라진다. 같은 김밥이라도 밥을 얇게 펴서 말면 한 줄에 드는 밥이 줄어, 먼저 떨어지는 재료가 바뀔 수도 있는 것과 비슷하다. 모델을 만드는 학습과 만든 모델을 쓰는 추론을 섞으면, 어떤 작업을 얼마나 할지까지 결정해야 한다. 제조 단계의 HBM·CoWoS 공급과 가동 단계의 전력·대역폭도 하나의 식에 그대로 넣을 수 없다. 둘을 연결하려면 설비 도입과 운영 사이의 시간까지 모델에 넣어야 한다.
그렇다고 공식이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어디까지 통하는 공식인지 알아야 쓸모가 생긴다.
② 기준계를 지운다 — 뒤집힌 것은 무엇인가
1985년 우주비행사 블라디미르 자니베코프는 회전하며 날아가던 너트가 반복해서 홱 뒤집히는 모습을 관찰했다.8 옆에서 밀어 주는 사람도 없는데 물체가 주기적으로 돌아눕는다. 처음 보면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잠깐 자리를 비운 것 같다. 각운동량은 회전의 세기와 방향을 함께 나타내는 양이다. 밖에서 비트는 힘, 곧 토크가 없으면 이 양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실마리는 회전축에 있다. 모양이 변하지 않는 물체, 곧 강체에는 서로 수직인 주축이 셋 있다. 각 축을 중심으로 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나타내는 값을 관성모멘트라고 한다. 세 값이 일 때, 외부 토크를 받지 않는 강체의 중간축 회전은 작은 흔들림에 불안정하다. 최대축과 최소축 부근의 회전은 안정하다.9
집에서도 볼 수 있다. 폭보다 길이가 긴 얇은 책을 고무줄로 묶어 던져 보자. 회전축은 책의 무게중심을 지난다. 눕혀서 접시처럼 돌리거나(최대축) 책등과 나란한 축으로 돌리면(최소축) 대체로 깔끔하게 돈다. 그런데 표지가 위를 보게 들고 책머리가 앞으로 넘어가도록 공중제비를 돌리면(중간축) 돌다가 홱 뒤집히곤 한다. 테니스 라켓을 던져도 같은 일이 일어나서, 이 현상을 테니스 라켓 효과라고도 부른다.
더 세게 돌리면 어떨까. 빠르게 도는 팽이가 잘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면, 빨리 돌수록 안정할 것 같다. 중간축 부근의 흔들림이 자라는 속도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식에서 볼 것은 하나다. 성장률 가 회전속도 에 비례한다. 모양이 같고 초기 조건이 비슷하다면 더 빨리 돌린다고 중간축 회전이 안정해지지는 않는다. 흔들림도 그만큼 빨리 자란다. 팽이가 빨리 돌수록 잘 버티는 것은 바닥을 짚은 채 중력의 토크를 받을 때의 이야기다. 외부 토크가 없는 이 모형에서는 회전속도가 아니라 어느 축으로 도는지가 안정성을 정한다. 팽이의 직관을 여기로 그대로 가져올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뒤집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모형에서 각운동량 벡터는 관성계, 곧 물체와 함께 돌지 않는 기준에서 크기와 방향이 일정하다. 뒤집히는 것은 그 벡터를 기준으로 한 물체의 자세다. 물체에 붙어 함께 도는 좌표계로 보면, 이번에는 각운동량의 성분들이 달라진다. 같은 운동을 어떤 기준계에서 보느냐의 차이다. 회전목마에 빗대면, 땅에 선 사람에게는 목마가 돌고 목마에 탄 사람에게는 바깥 풍경이 돈다.
카메라는 물체의 자세를 보여 준다. 그 장면만 보고 각운동량 벡터까지 뒤집혔다고 말하면, 관찰한 것 이상을 주장하게 된다.
‘뒤집혔다’고 말하려면 먼저 적어야 한다. 무엇이, 무엇을 기준으로 뒤집혔는가.
이 효과에는 ‘지구도 뒤집힐까 봐 비밀에 부쳤다’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런 추측을 하기 전에 회전 조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지구는 대략 최대관성축 둘레로 자전한다. 앞의 책으로 치면 눕혀서 접시처럼 돌리던 축이다. 그러니 중간축 회전의 불안정성을 지구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10 그렇다고 지구가 완벽한 강체라는 뜻도, 자전축이 어떤 시간 규모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지자기 역전은 또 다른 현상이다. 외핵의 운동이 만들어 내는 자기장의 극성이 바뀌어,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이 거꾸로 되는 일이다. 자기장이 뒤집혀도 고체 지구가 돌아눕지는 않는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마지막 완전 역전을 약 78만 년 전으로 설명하며, 역전에는 일정한 주기가 없다고 밝힌다.11
‘지구가 뒤집힌다’는 한 문장으로 묶으면 물체의 자세, 자전축의 운동, 자기장의 극성이 섞인다. 단어는 하나지만, 확인할 물리는 서로 다르다.
③ 순위를 만든다 — 커누스는 수학자로서 몇 등인가
이 질문에 바로 답하려면 먼저 몰래 정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을 얼마나 높이 칠 것인가.
커누스의 성취에는 수학 연구, 알고리즘 분석, 소프트웨어 설계, 저술, 학문 도구를 만든 일이 함께 들어 있다. 칼텍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조합론에서 수의 배열을 한 쌍의 표로 짝짓는 RSK 대응에도 이름을 남겼다.1213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예술』을 썼고, 수식이 가득한 문서를 책처럼 짜 주는 조판 프로그램 TeX를 만들었다. ①의 자원들은 ‘초당 몇 개’라는 공통 단위로 바꿀 수 있었다. 이 성취들에는 그런 단위가 없다.
굳이 각 항목을 수치화한 뒤 종합점수를 만든다면 이런 모양일 것이다.
는 항목별 점수, 는 항목별 가중치다. 저술에 무게를 두는 사람과 새로운 수학 이론에 무게를 두는 사람은 다른 답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상의 두 사람 가운데 A는 저술 9점·이론 5점, B는 저술 5점·이론 9점을 받았다고 하자. 저술에 가중치 0.7, 이론에 0.3을 주면 A가 7.8 대 6.2로 앞서고, 가중치를 맞바꾸면 B가 같은 차이로 앞선다. 반반씩 주면 둘 다 7점이어서, 종합점수만 봐서는 누가 어느 쪽에 강한지도 알 수 없다. 가중치를 지우고 점수만 보여 주면, 평가자의 선택이 객관적 사실처럼 보인다.
가중치를 없앤다고 자동으로 공정한 순위가 생기지는 않는다. 모든 항목에서 더 낫거나 같을 때만 우위라고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A와 B처럼 한 사람이 어떤 항목에서 앞서고 다른 항목에서 뒤처지면, 이 규칙으로는 순서를 정하지 못한다. 다시 선택이 필요하다. 거꾸로 실제 인물들을 수치화하지 않은 채 ‘커누스와 그로텐디크는 수학적으로 비교 불가능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같은 문제를 되풀이한다. 비교할 수 없다는 판정 역시 누가 어느 항목에서 앞서는지 따져 본 뒤에야 내릴 수 있다.
그가 받은 상에서도 기준의 차이가 보인다. ACM 튜링상은 알고리즘 분석과 프로그래밍 언어 설계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했다. 미국수학회는 그의 저술이 수학 교육에 기여했다며 스틸상을 주었다.14 서로 다른 자를 댔지만 어느 쪽도 다른 쪽을 반박하지 않는다.
커누스 자신의 글에는 공로를 한 사람에게 몰지 않으려는 태도가 보인다. 빅오 표기는 입력이 커질 때 수행시간 같은 양의 증가 규모에 상한을 긋는 기호다. 입력이 충분히 커지면 기준 함수의 일정한 상수 배를 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1976년 논문에서 이 표기를 설명하며 바흐만과 란다우가 먼저 썼다고 밝힌다. 상한과 하한을 함께 나타내는 표기는 타잔과 패터슨이 각각 제안했고, 집합을 이용한 정의는 리베스트가 제안했다고도 적는다.15 한 사람의 업적으로 요약될 법한 자리에서 다시 여러 사람을 꺼내 놓는다.
‘알고리즘 분석의 창건자’라는 말도 나눠 읽어야 한다. 분야를 정착시킨 공로와, 역사상 처음 알고리즘의 수행시간을 계산한 일은 다르다.16 커누스는 폰 노이만의 1945년 프로그램 원고를 분석하며, 거기에 이미 수행시간 계산이 있었다고 기록했다.17 선행 사례가 있다고 해서 분야를 세운 공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창건자라는 호칭이 선행 사례를 지워서도 안 된다.
그래서 ‘수학을 잘하면 뭐든 잘하나’라는 질문도 한 번 펼칠 필요가 있다. 수학에서 익힌 추상화와 논증은 다른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분석하는 능력과 피아노를 치는 손, 협상의 논리를 이해하는 일과 상대의 반응을 읽는 일은 각각 훈련이 필요하다. 여러 능력을 ‘똑똑함’이라는 한 숫자에 넣으면 이 차이가 사라진다.
커누스가 TeX에 남긴 농담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TeX의 버전 번호는 새 판이 나올 때마다 의 자릿수를 하나씩 늘려 가고, 그는 사후 마지막 버전을 정확히 로 고정하라고 했다. 그때 남은 버그는 기능이 된다.18 프로그램이 갑자기 완벽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어디서 수정을 멈추고 무엇을 고정할지 정한 것이다. 완전함의 선언보다 사용 조건의 선언에 가깝다.
④ 렌즈를 세계로 착각한다 — 잘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될 때
이론은 렌즈처럼 어떤 관계를 선명하게 만든다. 오래 쓰다 보면 그 관계만 세계를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망치를 들고 다니면 못이 잘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못이 더 잘 보인다고 세상이 전부 못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론이 버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관찰되지 않던 관계를 제안하고, 무엇을 새로 찾아야 할지 알려 주기도 한다. 이 글의 ‘설명은 투영’이라는 말 역시 이론이 하는 일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음 표는 여섯 이론의 성적표가 아니다. 각 이론을 짧게 요약할 때 내가 주의해서 되물어 볼 질문을 모았다.
| 렌즈 | 선명하게 보는 것 | 함께 물어볼 것 |
|---|---|---|
| 레비스트로스의 구조 분석 | 개별 요소보다 요소 사이의 관계 | 가능한 구조 중 왜 이 형태가 나타났는가 |
| 마르크스의 정치경제 | 생산과 소유의 관계 | 경제적 조건이 구체적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무엇인가 |
| 푸코의 권력 분석 | 제도와 지식이 사람을 분류하고 다루는 방식 | 그 지배를 어떤 기준으로 비판할 것인가 |
| 부르디외의 사회학 | 자원과 생활 습관이 우위를 대물림하는 과정 |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는 변화는 어떻게 생기는가19 |
| 라캉의 정신분석 | 언어와 욕망의 관계 | 이 해석을 어떤 근거로 지지하거나 수정할 것인가 |
|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 | 사람·사물·제도가 연결되어 힘을 만드는 과정 | 어디까지 추적할 것인가, 연결에서 밀려난 것은 무엇인가 |
요약에서 빠지기 쉬운 것들
전달 경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 분석을 ‘소쉬르를 인류학에 적용한 것’이라고만 쓰면 중간 다리가 빠진다. 1945년 논문에서 그가 직접 빌려 온 방법은 트루베츠코이와 야콥슨으로 이어지는 프라하 학파의 음운론, 곧 말소리의 체계를 다루는 연구다.20 한국어의 ‘불’과 ‘풀’은 ㅂ과 ㅍ의 차이 하나로 다른 낱말이 된다. 언어의 소리가 이렇게 서로의 관계에서 구별되듯, 친족 관계도 체계 속에서 읽어 보자는 시도였다. 소쉬르의 영향이라는 큰 계보와 실제로 빌려 온 방법은 구분해야 한다.
문장 사이의 차이. 마르크스의 1859년 서문에는 생산양식이 사회생활을 조건 짓는다는 문장과,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문장이 나란히 있다. 독일어 동사도 각각 bedingt와 bestimmt다.21 두 문장을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로 줄이면 주어와 목적어와 동사가 함께 사라진다. 물론 동사를 되살리는 것만으로 경제결정론 논쟁이 끝나지는 않는다. 실제로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설명해야 한다.
적용 범위. 권력과 지식을 다룬 푸코의 분석은 정신의학, 감옥, 성과학처럼 사람을 분류하고 다루는 구체적 제도 속에서 읽어야 한다. ‘지식은 전부 권력일 뿐’이라는 구호로 바꾸면 그 분석이 빈약해진다. 푸코는 개인의 몸과 습관을 길들이는 규율, 인구 전체의 출생과 건강을 관리하는 생명정치라는 새로운 권력 형태를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권력이 등장했다고 해서 이전의 주권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보지는 않았다.22 새로운 통치 방식과 오래된 방식은 겹칠 수 있다. ①에서 릴레이처럼 보이던 병목들이 실은 함께 있었던 것과 닮은 대목이다.
비판의 범위. 물리학자인 소칼과 브리크몽은 라캉의 수학 사용을 비판했다. 컴팩트성이라는 위상수학 개념을 잘못 설명한 대목, 도형과 정신병리를 연결하면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대목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동시에 라캉의 순수한 정신분석적 작업 전체를 평가하는 논쟁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23 그 비판만 인용해 ‘라캉의 모든 주장은 반박됐다’고 하면, 비판자들이 내리지 않은 결론을 보태게 된다.
저자의 수정. ANT의 주요 저자인 라투르는 1999년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하이픈’까지 이름의 네 요소가 모두 문제라고 농담했다. 그러고는 2005년 책에서 이전 입장을 뒤집고 하이픈까지 옹호하겠다고 썼다.24 1999년의 농담만 남기면 저자가 자기 이론을 폐기한 것처럼 보인다. 2005년의 문장만 남기면 문제의식이 사라진다.
다섯 경우 모두, 원문을 되살린다고 해서 이론이 옳다고 입증되지는 않는다. 다만 비판하든 지지하든 실제로 제시된 주장에 닿을 수 있다. 요약이라는 허수아비를 쓰러뜨려 놓고 원문까지 쓰러뜨렸다고 믿는 일을 줄여 준다.
같은 데이터센터에 다른 렌즈를 대면
①에서 본 데이터센터도 렌즈에 따라 다른 질문을 낳는다.
| 렌즈 | 먼저 보이는 것 | 그것만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 |
|---|---|---|
| 인프라 | 전력·냉각·반도체 공급과 건설 기간 | 누가 투자하고 수익과 비용을 나눠 갖는가 |
| 정치경제 | 소유, 투자 경쟁, 설비 가치의 변화 | 특정 작업을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는가 |
| 신호 이론 | 대규모 투자가 외부에 전달하는 기대와 자신감 | 그 신호가 실제 성능과 얼마나 연결되는가 |
| ANT | GPU·용수·지방정부·전력계약의 연결 | 그 배치를 어떤 기준으로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할 것인가 |
정치경제 렌즈를 대면 눈에 들어오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도덕적 감가다.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다룬 개념이다.25 이름은 윤리 문제 같지만, 기계가 멀쩡한데도 더 싸거나 더 좋은 경쟁 제품 때문에 가치를 잃는 현상이다. 쓰는 데 아무 문제 없는 작년 스마트폰의 중고 시세가 신형이 나온 뒤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GPU의 가치도 고장 날 때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새 제품의 성능과 가격이 기존 장비의 수익성을 바꾼다.
여기서도 ‘매년 GPU가 바뀐다’는 요약은 조심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매년 새 플랫폼을 출시한다고 해서 기존 장비가 곧바로 가치를 모두 잃지는 않는다. 제품 발표, 생산 확대, 출하, 고객의 실제 가동도 같은 날짜가 아니다. 예를 들어 2026년 5월 Vera Rubin 발표는 본격 생산 확대를 알리면서 생산 출하 시작은 그해 가을로 예고했다.25 연도 하나만 남기면 계획과 실적이 한 칸에 섞인다.
신호 이론도 ‘돈을 많이 썼으니 진심’이라는 말보다 까다롭다. 경제학자 스펜스가 다룬 예는 취업 시장의 학력이다. 그의 모형은 능력이 다른 두 쪽이 같은 신호를 낼 때 각자 감당하는 비용과 얻는 이익이 어떻게 다른가에 주목한다. 능력이 높은 사람에게는 학위를 따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고, 낮은 사람에게는 그 비용이 얻는 이익보다 클 수 있다. 그러면 상대가 흉내 낼 수 없어서가 아니라, 흉내 내도 수지가 맞지 않아서 둘이 구별될 수 있다.26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런 신호로 읽으려면, 모델이 뒤처지는 회사에는 같은 투자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조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큰돈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회사의 모델이 우수하다고 판정할 수 없다.
네 렌즈를 모두 대 보고도 남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그 AI는 실제로 일을 잘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작업 결과, 오류율, 비용, 비교 평가 같은 자료가 필요하다. 소유 관계를 분석한 것과 모델의 성능을 검증한 것은 다른 일이다. 설명 도구를 잘 썼다고 해서, 그 도구가 겨누지 않은 질문까지 답한 것은 아니다.
⑤ 생략한 것을 적는다
네 사례에서 빠진 것은 각각 달랐다.
| 설명 | 함께 적어야 할 것 |
|---|---|
| ‘이번엔 전력이 병목이다’ | 어느 시점, 어느 시설, 어떤 작업인가 |
| ‘물체가 뒤집혔다’ | 자세·각운동량·자기장 중 무엇이 변했는가 |
| ‘커누스는 역사상 몇 등이다’ | 어떤 성취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가 |
| ‘이 이론으로 다 설명된다’ | 그 이론이 답하지 않은 질문은 무엇인가 |
요약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긴 설명을 매번 처음부터 읽을 수는 없다. 대신 요약 옆에 작은 사용설명서를 붙일 수는 있다.
무엇을 설명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보았는가. 무엇이 남고, 무엇이 빠졌는가.
빠진 것은 완성된 요약만으로 복구되지 않을 수 있다. 종합점수 하나만 보고는 원래의 항목별 성취를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서로 다른 원본이 같은 점수로 모일 수 있어서다. ③에서 가중치를 반반씩 주자 A와 B가 똑같이 7점이 된 것이 그 예다. 그렇다고 영원히 알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원본 자료로 돌아가거나 다른 관찰을 보태면 된다. 벽의 그림자를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토끼인지 손인지 가릴 수 없지만, 고개를 돌려 불빛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면 금방 안다. 더 열심히 읽는 것으로 해결할 일과, 새 정보를 구해야 할 일을 구별하는 것이 투영 비유의 쓸모다.
문제를 옮겨 푼다의 해시는 거의 모든 정보를 버린다. 그래도 무엇을 하는 도구인지 알면 유용하다. 지문을 얼굴 사진으로 착각하지 않듯, 해시값을 파일 본문으로 착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한 숫자로 만든 순위는 무엇을 버렸는지 잊기 쉽다. 문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요약이 자신을 전체처럼 내미는 순간에 있다.
여기서 확인 비용의 문제가 다시 나온다. ‘지구가 뒤집힌다’는 말은 한 줄이지만, 무엇을 가리키는지 확인하려면 서로 다른 물리를 구별해야 한다. 병목의 이동을 이해하려면 발표 날짜와 설비 상태를 따로 살펴야 한다. 문장은 짧아도, 그 문장이 만든 확인 작업은 길다.
설명은 그림자처럼 쓸모 있다. 모양을 빠르게 알아보게 해 준다. 다만 그림자를 그릴 때 어느 빛으로 어느 벽에 찍었는지 옆에 적어 두면 좋겠다. 나중에 다른 면이 필요해졌을 때,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알 수 있도록.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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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2023년 1분기 실적발표는 4월 20일, 2분기는 7월 20일이다. 1분기 질의응답에서 웨이저자는 최근 고객에게 CoWoS 후공정 용량을 크게 늘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2분기에는 CoWoS 수요를 전부 충족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서버 AI 프로세서 매출 비중을 약 6%, 연간 달러 매출 전망을 약 10% 감소로 제시했다. TSMC 1분기 자료, 2분기 자료. 1분기 발언은 실적발표 녹취 재게시본의 Laura Chen 질의응답에서도 확인했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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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2023년 5월 24일 발표한 FY2024 1분기 실적에서 다음 분기 매출을 110억 달러 ±2%로 전망했다. 이 발표일은 GPU 수요나 공급 제약의 물리적 시작일을 뜻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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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2022년 6월 8일 HBM3 양산 발표와 2023년 연간 실적을 대조했다. 연간 매출은 32.77조 원, 영업손실은 7.73조 원이며, HBM3 매출은 전년의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양산 발표는 공급의 진행을, 실적발표는 회사의 매출과 손익을 보여 준다. 둘은 서로 다른 자료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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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투영’은 여러 상태를 더 적은 정보로 요약한다는 넓은 비유다. 선형대수의 투영 연산자 와 본문의 점수 함수 는 구분한다. 항목이 여럿이면 서로 다른 항목별 점수도 같은 종합점수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종합점수 하나만으로 원래의 점수들을 알아낼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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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놓고 자원 비율을 고정하면 를 모두 만족하는 최대 처리량은 다. 병목이 하나이고 바뀌지 않는 작은 범위에서, 다른 자원을 늘려도 이 값은 변하지 않는다. 루프라인 모델은 연산 성능과 ‘대역폭 × 연산강도’를 같은 FLOP/s 단위로 비교한다. Williams, Waterman & Patterson, “Roofline”, CACM 52(4), 2009. 저자 소속 연구소의 자료 목록도 참고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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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Energy and AI (2025년 4월)의 기준 시나리오. 2024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약 415TWh, 2030년 전망은 약 945TWh다. 전망치는 확정된 소비량이 아니며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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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 연구소의 Queued Up: 2024 Edition은 2023년 말 자료이며, 2023년 준공분의 접속신청→상업운전 중앙값은 약 5년이다. 2025년판은 2024년 말 발전 1,400GW와 저장 약 890GW를 집계했다. 2026년판 요약은 2025년 말 합계 2,061GW를 보고한다. 모두 발전·저장 프로젝트의 접속신청이며 데이터센터의 부하 신청을 센 값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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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 Petrov & S. E. Volodin, “Janibekov’s Effect and the Laws of Mechanics,” Doklady Physics 58 (2013), 349–353, doi:10.1134/S1028335813080041. 연구자가 공개한 논문 본문은 1985년 너트 관찰과 반복적 뒤집힘을 설명한다. 이 논문은 수십 년 뒤의 역학 해설이므로 당시의 관찰 기록이나 기밀 문서 자체와는 구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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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토크가 없는 강체의 몸체 고정 주축계에서는 와 순환 치환한 두 식이 성립한다. , 로 선형화하면 이 되어 본문의 성장률을 얻는다. 이 성장률은 작은 교란에 대한 국소 분석에서 나온 것이며, 모든 초기 조건의 뒤집힘 시간을 그대로 주는 공식은 아니다. Van Damme, Mardešić & Sugny, “The tennis racket effect in a three-dimensional rigid body”, Physica D 338 (2017), 1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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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rov & Volodin의 위 논문은 지구가 최대관성모멘트 축 둘레로 회전하므로 이 중간축 불안정성으로 뒤집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 지구의 자전축 운동에는 질량 재분포 등 별도의 과정이 작용한다. NASA의 자전축 이동 연구 소개를 참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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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S, “Is it true that Earth’s magnetic field occasionally reverses its polarity?”. 자기장 역전은 순간적 사건이 아니며 규칙적인 주기도 없다. 약 78만 년이라는 값은 마지막 완전 역전의 시기를 둥글려 표현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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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누스는 1963년 칼텍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학위논문은 Finite Semifields and Projective Planes다. ACM 튜링상 소개, 커누스의 TAOCP 페이지. TAOCP는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의 약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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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누스는 기존의 Robinson–Schensted 대응을 음이 아닌 정수 행렬로 확장했다. Knuth, “Permutations, matrices, and generalized Young tableaux”, Pacific Journal of Mathematics 34(3), 1970, 709–727. 이름에 K가 들어간다고 해서 앞선 두 연구자의 대응을 혼자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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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ACM 튜링상은 알고리즘 분석과 프로그래밍 언어 설계에 대한 기여를 평가했다. 1986년 AMS 스틸상 해설 부문 수상과 수학 교육에 대한 평가는 Notices of the AMS 49(3), 2002의 “All Questions Answered” 서두에서 확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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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uth, “Big Omicron and Big Omega and Big Theta”, SIGACT News 8(2), 1976, 18–24. 논문 공개본에서 바흐만·란다우의 선행 표기, 타잔·패터슨의 제안, 리베스트의 집합 기반 정의를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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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분석을 독립된 연구 분야로 정착시킨 커누스의 기여는 ACM 튜링상 전기에서 설명한다. 여기서 분야의 형성과 개별 분석의 최초 사례를 구분했다. 계산복잡도 이론의 형성 또한 관련되지만 별개의 연구사이므로 같은 창건 사건으로 합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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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uth, “Von Neumann’s First Computer Program,” ACM Computing Surveys 2(4), 1970, 247–260. 분석 대상은 1945년의 병합 루틴 원고로, 전체 병합정렬 프로그램이 아니다. 커누스의 논문집 안내에 재수록 정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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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누스의 Computers and Typesetting 안내는 TeX와 METAFONT의 마지막 버전을 각각 와 로 고정하려는 뜻을 밝힌다. 이유는 오래도록 동일한 결과를 주는 안정성이다. “The Future of TeX and METAFONT,” TUGboat 11(4), 1990, 489. 본문의 ‘남은 버그는 기능’은 그 고정 방침을 풀어쓴 표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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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디외의 『실천 이론의 개요』(Outline of a Theory of Practice, 1977)와 『구별짓기』(Distinction, 1984년 영역)는 사회적 조건, 몸에 밴 성향, 자원, 실천의 관계를 다룬다. 표의 ‘변화는 어떻게 생기는가’는 이 글이 제기한 검토 질문이다. 부르디외가 변화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거나, 모든 행동이 기계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았다는 식으로 요약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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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évi-Strauss, “Structural Analysis in Linguistics and in Anthropology,” Word 1 (1945), 33–53. Structural Anthropology 영어판 2장에 재수록돼 있다. 논문은 트루베츠코이의 구조적 방법을 소개하고, 음운 체계와 친족 체계 사이의 유사성과 단순 대응의 한계를 함께 논한다. ‘무엇이 실제 형태를 선택하는가’는 표에서 이 글이 추가한 질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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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x, 1859년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서문. 여기 실린 Progress 영역은 두 동사를 각각 conditions와 determines로 옮겼다. 동사 차이만으로 마르크스의 인과관을 판정할 수는 없다. 후대의 기능적 설명과 그 논쟁은 SEP, “Karl Marx”에 정리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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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권력·지식 분석은 『감시와 처벌』(1975)을, 권력 형태들의 중첩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1976년 3월 17일 강의와 『안전, 영토, 인구』 1978년 1월 11일 강의를 참고했다. SEP, “Michel Foucault”는 권력·지식의 관계를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맥락에서 설명한다. 표의 규범적 기준 질문은 Nancy Fraser, “Foucault on Modern Power,” Praxis International 1(3), 1981, 272–287에서 제기한 비판과 연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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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al & Bricmont, Intellectual Impostures / Fashionable Nonsense, 라캉 장. 본문에서 요약한 것은 이 장의 컴팩트성·위상수학 사용에 대한 비판과, 정신분석적 작업 전체를 평가하지 않겠다는 저자들의 범위 설정이다. 라캉의 전 작업에 대한 종합 판정과는 구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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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our, “On recalling ANT”, 1999, 첫머리와 Reassembling the Social, 2005, 서론 각주 9를 대조했다. 2005년 각주는 이전에 이름의 네 요소를 비판했던 입장에서 반대로 돌아서겠다고 명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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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감가(moral depreciation)는 마르크스 『자본』 1권 15장의 용어다. 더 저렴한 재생산이나 개선된 경쟁 기계 때문에 기존 기계의 가치가 줄어드는 경우를 가리킨다. 엔비디아의 2026년 1월 Rubin 발표는 연례 플랫폼 전환 주기를, 2026년 5월 31일 발표는 본격 생산 확대와 그해 가을 생산 출하 계획을 각각 밝혔다. 본문은 해당 발표 당시 상태를 비교한 것이며, 모든 고객의 실제 가동 날짜를 뜻하지 않는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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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ce, “Job Market Signaling”,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7(3), 1973, 355–374. 저자의 노벨 강연도 교육비용과 생산성의 관계, 신호가 정보를 전달하는 조건을 설명한다. 데이터센터에 적용한 질문은 이 글의 비유이며, 투자액만으로 분리균형이 확인됐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